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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고기 맛 떨어뜨릴 미술작품

작성자 채식영양
작성일 16-09-11 09:11 | 조회 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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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2639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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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혼이 나갈 정도로 더웠던 이번 여름, 폭염에 폐사한 닭이 400만 마리, 돼지가 거의 9000마리에 달한다는 농식품부의 발표가 며칠 전 나왔다. 아마 몇 년 전이었다면, 나는 그저 400만 접시의 황금빛 프라이드 치킨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거나 농가 손실을 조금 걱정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밀집 상태로 사육되던 동물들이 얼마나 숨막히게 더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어갔을까.’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원제는 쇠고기에 초점을 맞춘 내용에 따라Beyond Beef)』이 번역된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고 공장식 대량 가축 사육의 잔인성과 환경파괴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도 조금씩 커져왔다.

하지만 갈비와 고기완자와 닭튀김을 너무도 사랑하고 대량 생산 덕에 그것을 우리 조상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먹을 수 있는 것에 행복해하던 나는 애써 그 소리에 귀를 닫아왔다. 그러던 내가 (채식주의자까지 될 의지는 없지만) 육식을 줄이기라도 해야겠다고 점점 생각하게 된 건 몇 점의 미술작품이 내게 충격을 주고 그 잔상이 뇌리에 박히게 되면서이다.
htm_2016082905412588523_99_2016082910212고려불화 ,시왕도 (제5폭 염라왕), 고려 후기.
첫째는 ‘고려불화대전’에서 본 ‘시왕도’ 중 염라대왕 그림. (사진1) 눈을 부릅뜬 염라대왕 앞에서 저승의 옥졸이 죽은 이의 머리채를 잡고 신비로운 거울 업경(業鏡)을 통해 그의 생전 죄상을 보도록 하는 장면이다. 거울에 떠오른 건 그가 생전에 소를 몽둥이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놀랍게도 그 옛날 주요 죄목으로 그림에 선택된 것이 동물학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려시대 실제로 동물을 죽이는 일을 삼갔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12세기 초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따르면 고려인들은 “부처를 좋아하여 살생을 경계하기 때문에” 고기를 즐기지 않고 도살도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신에게 대접할 고기요리를 장만하기 위해 도축을 할 때도 너무 서툴렀다고 서긍은 불평했다.

그 후 고려 말 몽골의 영향과 조선시대 불교의 쇠퇴 등으로 고기요리가 발달하게 됐다. 그럼에도, 동물의 생명을 존중해 육식을 자제하는 전통이 사찰 밖 민간에서도 우리의 긴 역사의 한 부분에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는 농사에 큰일을 하는 소를 먹는 게 옳지 않다고 여겨 쇠고기 끊기에 들어갔고 몇 차례 실패 끝에 (그만큼 쇠고기의 유혹은 강렬하다) 성공한 다음 시를 지어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htm_2016082905412723153_99_2016082910212김미루 작 'The Pig That Therefore I Am' 시리즈 중에서 ,IA 2,(2010).
둘째 작품은 김미루 작가의 사진 연작 ‘The Pig That Therefore I Am.’(사진2) 미국 돼지 농장에서 작가 자신이 나체로 돼지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촬영한 작품인데, 작가를 찾는 것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다. 그만큼 ‘인간이 과연 돼지와 얼마나 다른가?’는 작가의 질문이 분명히 드러난다. 한때 의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려 했던 작가는 돼지 해부 실습을 하면서 돼지의 몸이 여러 면에서, 특히 소화기관에 있어서, 인간의 몸과 아주 닮은 것에 충격을 받아서 이 작품을 착안했다고 했다.

작가는 촬영 당시에는 집중하느라 못 느꼈지만 촬영이 끝나고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몸에 식초도 붓고 치약까지 동원했는데 3일간 냄새가 안 빠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덧붙인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돼지가 원래 그런 게 아니에요. 방목 상태의 돼지는 그렇지 않아요. 저렇게 현대의 산업화된 돼지 농장에서 좁은 공간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돼지를 몰아넣고 키우기 때문에 냄새가 심한 겁니다. 인간을 저렇게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살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냄새가 더 심할 걸요. 서로 죽일지도 모르죠."
htm_2016082905533557716_99_2016082910212최선 작 '자홍색 족자'(2012), 송은아트스페이스에 설치된 모습.
셋째는 최선 작가의 설치 작품 ‘자홍색 족자’(사진3). 길이 22m, 너비 2m의 거대한 족자에 ‘돼지 354,678 돼지 354,679 돼지 354,680…’ 하는 식으로 ‘돼지’라는 말이 일련번호와 함께 반복적으로 자홍색 잉크로 인쇄돼 있는 작품이다. 원래 도살당하는 돼지 피부에 자홍색 잉크로 일련번호를 찍는다고 한다. 이것은 2010~11년 구제역 사태 때 생매장된, 즉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비명을 지르며 굴착기에 떠밀려 구덩이에 파묻혔던, 330만여 마리의 돼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문자와 숫자로 기호화된 돼지조차 330만 마리가 모두 들어가려면 20m가 넘는 종이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에게 영문 모르고 생매장당한 돼지들의 실제 물리적 부피는? 전염병 때문이었지만 애초에 대량 사육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이 죽을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만약 이번에 폭염으로 폐사한 닭들과 돼지들의 일련번호를 찍는다면 또 얼마나 거대한 족자가 만들어질까?

이러한 작품들의 이미지가 중첩되고 불쑥불쑥 재생되면서 나는, 아주 점진적이지만, 예전보다 고기를 덜 찾고 덜 먹게 되었다. 여전히 채식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과다한 인류의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공장식 대량 가축 사육 시스템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번 여름 폭염의 배후로 지구온난화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미 10년 전에UN 식량농업기구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비대화된 축산업을 지목했다. 소와 돼지의 분뇨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도 더 강한 온실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고기에 대한 과욕으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그 대가로 다시 인간 자신과 동물을 폭염에 희생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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