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대한민국 개고기 보고서
1회.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
배설물 치우기 편하도록 만든 뜬장
구부정한 도사견은 다리가 휘었고
개는 싸우다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항생제 검출 빈도 소·돼지·닭보다
최대 496배 높아 건강 악영향 우려
전문가 “무분별한 투약 흔적 보인다”
개농장주 “출하 전에는 항생제 안줘”

 

공장식 개농장에 늘어선 뜬장 안에서 개들이 사육되고 있다. 도살되기 전까지 음식물쓰레기와 닭 머리 등을 먹으며 지낸다. <한겨레> 자료사진
공장식 개농장에 늘어선 뜬장 안에서 개들이 사육되고 있다. 도살되기 전까지 음식물쓰레기와 닭 머리 등을 먹으며 지낸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에서 개 식용과 도살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의 복지를 말하는 사람들도 농민들의 생계나 고유문화라는 이유로 식용견 문제를 외면해왔습니다. <애니멀피플>은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이 문제를 마주합니다. 개고기 산업을 지키거나 반대하거나 즐기거나 답답해하는 이들, 농장주부터 도소매상인, 도축업자, 보신탕 식당 주인, 동물보호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외국인 등을 만나 묻고 들었습니다. 개 식용과 도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현실을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연재기획을 시작합니다. 개고기 찬반 논쟁의 끝장을 찾아내겠습니다.

 

1회.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

 

지난 두달여 동안 취재를 위해 만난 다수의 개농장 주인들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깨끗하고 시설 좋은 농장도 많은데 언론이 찾는 곳은 늘 더럽고 열악한 농장이야.” 개 사육을 ‘범죄’로 몰아가려는 언론의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깨끗하건 더럽건 개농장의 기본을 이루는 몇 가지가 있다. 뜬장, 밀집사육, 음식물쓰레기 그리고 항생제다.

 

7월 찾아간 충남 예산의 어느 개농장은 한국 개농장의 전형을 갖추고 있다. 개 140여마리가 철창에 갇혀 있었다. 배설물이 떨어지도록 철창 우리를 공중에 띄워놓았다. 이를 ‘뜬장’이라 부른다. 뜬장은 가로세로 1~2m 정도 크기다. 뜬장에 갇힌 도사견, 진돗개, 믹스견 등이 한꺼번에 짖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덩치가 큰 도사견의 등은 구부정했고 다리는 휘었다. 덩치가 작아 뜬장에 함께 갇힌 개 두 마리는 서로 싸웠는지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강아지들은 털 뭉치와 뭉개진 똥으로 범벅이 된 창살 안에서 어미 품을 파고들며 꼬물거렸다. 어미인 소형견은 송곳니를 보이며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렸다. 땅과 풀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해야 안전함을 느끼는 개의 습성은 ‘뜬장 사육체제’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철창 안에 갇힌 개들 앞에는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 음식물쓰레기에 약간의 사료가 섞인 짬밥이었다. 파리 수십 마리가 개의 몸과 음식 위를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개의 것인지 짬밥의 것인지, 뜬장 아래 떨어진 배설물의 것인지 구분하긴 어려웠다. 나중에 다른 개농장주가 음식물쓰레기와 개의 관계를 설명해주었다.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거지. 음식물쓰레기 다 없애주는 게 이 개들이야.”

 

동물단체인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경기 여주의 개농장에서 식용견을 구조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단체인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경기 여주의 개농장에서 식용견을 구조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농장에도 경제 논리가 작동한다. 비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상당수 개농장주는 음식물폐기물 처리업자로 등록돼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여 그 쓰레기를 발효 등의 처리를 거쳐 개에게 먹이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를 먹은 개가 아프면 내다팔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생제를 먹인다. 밀집 사육, 비위생적 뜬장, 음식물쓰레기 등으로 인해 언제든 개가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육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소·돼지·닭고기를 먹는 사람보다 항생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와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6~8월 경기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 대구 칠성시장, 서울 경동시장 등 전국 25곳의 개고기 시장에서 93점의 개고기(근육)를 구입해 아홉 가지의 항생제 잔류물질 정도를 검사했다. 64.5%인 60점의 개고기에서 린코마이신·아목시실린·엔로플록사신·타일로신·설파다이어졸 등 여덟 가지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

 

다른 가축과 비교해보자. 지난해 4분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시·도 축산물시험검사기관 검사실적을 보면, 소 2만2754마리 중 항생제를 사용한 소는 101마리(0.44%)였다. 돼지는 6만1470마리 중 383마리(0.62%), 닭은 2만4572마리 중 31마리(0.13%)였다. 개가 소보다 147배, 닭보다 496배가량 자주 항생제 성분이 검출된다는 의미다. 소·돼지·닭을 키울 때도 항생제를 쓴다지만, 개는 더 많이 또는 휴약기간을 지키지 않고 항생제를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물게 항생제를 먹이지 않은 개가 있다 해도 인체에 해가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번에 조사한 93점의 모든 개고기에서 세균·바이러스 등 25종의 미생물이 나왔다. 미생물 중에는 설사·요로감염 등을 유발하거나(프로테우스), ‘햄버거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대장균) 위험한 것도 있었다.

 

채윤태 한일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24일 덜 익혀 먹었을 때 세균으로 인한 위장관 감염 위험이 있다. (개에서 검출된) 항생제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적절한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투약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날고기나 덜 익힌 고기를 취급하거나 먹을 때, 분변 또는 개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내성균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그동안 개농장에서 흔히 목격된 주사기와 약품이 항생제 투여의 흔적일 수 있겠다는 의구심이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제 개농장을 농장동물의 복지가 아닌 반려동물의 복지라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농장주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7~8월 <애피>가 만난 개농장주와 상인 등 개고기 업계 관계자 10여명은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남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자율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자율 관리’의 실체에 대해 어느 상인이 설명했다. “무조건 항생제를 놓는 게 아니에요. 호흡기 질환이나 장염을 예방하려고 백신 주사부터 맞히죠. 다만 관리를 잘못해 병이 퍼진 농가만 항생제 주사를 (개에게) 찌르는 거죠. 그렇다고 계속 찌르는 것도 아니야. (도축장에 보내는) 출하 3~4개월 전에는 (잔류 정도가 높아지니까) 주사를 주지 않아요. 출하할 때쯤에는 개가 건강해서 (항생제 주사를) 찌를 일도 거의 없고.”

 

한국육견단체협의회의 설명도 비슷했다. 과거와 달리 고농도의 항생제 사용을 줄였고, 휴약기간을 지켜 투약하기 때문에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식용견은 한살 남짓의 건강한 나이에 도살되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이 적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 개농장을 운영할 방법은 없는 걸까. 왜 사람들은 항생제 내성 세균에 감염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식용견을 키워 내다파는 것일까. (※ 2회 ‘식용견을 키우는 사람들’ 편에서 이어집니다.)

 

예산/최우리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ecowoori@hani.co.kr

 

 

 

한 식용개가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한 개농장 우리 안에 갇힌 채로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이티인터네셔널 회원들이 식용견을 구조하고 있다. 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 식용개가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한 개농장 우리 안에 갇힌 채로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이티인터네셔널 회원들이 식용견을 구조하고 있다. 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