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교와 채식의 오랜 인연 불교와 채식은 오래전부터 인연이 깊었다. 그 인연은 계율, 역사, 교리, 방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져 왔다. 보살 사십팔경계에서 세 번째 계는 ‘고기를 먹지 마라’이며, 열 번째 계는 ‘살생하는 도구를 마련해 두지 마라’이다. 그리고 서른두 번째 계율인 ‘중생을 해롭게 하지 마라’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면 채식에 대한 불교의 견해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장경》에 나오듯이 ‘세간에서 고기로서 생명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며 ‘고기’는 동물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잔인한 죽음이 전제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승입능가경》 제8 단식육품에서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때문에 살생을 하게 되므로, 고기를 먹는 것은 곧 살생과 같다고 단언하고 계신다. “대혜여, 무릇 살생함은 대개 사람이 먹기 위함이므로, 사람이 만일 먹지 않는다면 또한 살생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기를 먹는 것과 살생하는 것은 죄가 같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오랜 불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채식에 대한 기록은 선명하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법흥왕 편에는 왕이 모든 국민에게 살생을 금지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법흥왕 16년 (서기 529년)에 영을 내려 살생을 금지시켰다. (十六年下令禁殺生)” 국왕이 직접 온 백성들에게 살생을 금지하도록 영을 내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신라의 모든 국민은 채식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은 이웃 나라였던 백제에도 동일하게 시행되었는데, 《삼국유사》에는 백제 제29대 법왕이 전 국민에게 살생을 금하고 심지어는 날짐승을 잡는 매와 물고기를 잡는 기구들까지 태우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백제 제29대 법왕의 이름은 선(宣) 또는 효순(孝順)이라고도 한다. 개황 10년 기미(599년)에 즉위했는데, 이 해 겨울에 조칙을 내려 살생을 금지 시키고 민가에서 기르는 매나 새매 따위를 놓아주고, 또 물고기 잡는 기구를 불태워 버리고 고기 잡는 것을 일체 금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 채식의 영향력이 일본에까지 전해지게 되어, 1세기 후인 서기 675년에는 일본의 덴무 왕이 제1차 육식금지령을, 721년 덴쇼 왕 때에는 2차로 ‘살생금지법’을 내린다. 이러한 확고한 채식 전통은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의 몽고 침입 전까지, 일본에서는 근대까지 이어지게 된다. 세계사적으로 하나의 국가 단위에서 일부 집단이 아닌 전 국민이 채식을 실천한 것은 삼국시대의 우리나라와 일본 이외에는 아직껏 없는데 이는 자비와 생명의 존중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윤회론과 인과론적으로도 불교의 채식에 대한 관점은 분명하다. 《대승입능가경》에서는 부처님께서 대혜보살마하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대혜여, 일체 모든 고기는 너희와 한량없는 인연이 있으니, 보살은 그 가운데서 마땅히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어 마땅히 먹지 말도록 해야 한다. (중략) 대혜여, 일체 중생은 무시이래로 생사 중에서 끊임없이 윤회하여 일찍이 부모, 형제, 남녀, 권속과 나아가 친구와 친애하는 이, 모시는 이, 부리는 이가 되지 않음이 없었고, 생을 바꾸어 새나 짐승의 몸을 받았거늘 어떻게 그 가운데서 그것을 취하여 먹겠는가? 대혜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을 관찰하되 자기 몸과 같이 여기고, 고기를 생각하되 모두 생명이 있는 가운데서 나온 것인데 어떻게 먹겠는가?” 《지장경》에는 지장보살의 어머니가 생전에 물고기와 자라를 많이 먹은 악업의 결과로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장면이 나오며, 지장보살의 지극정성 공양으로도 그 어머니의 다음 생은 수명이 짧은 종의 자식으로 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 상황에 따른 방편법을 중시하는 불교철학적 측면에서도 현시대의 상황은 채식을 권장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온난화, 석유에너지를 포함한 자원의 고갈, 수자원 부족, 식량 부족으로 인한 기아, 그리고 의료비용의 증가로 인한 재정파산 등은 육식의 심각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배기에서 나오는 지구온난화 기체의 양보다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양이 더욱 많으며, 세계의 10억이 넘는 기아의 주된 요인은 곡물이 가축사료로 낭비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채식인에 비해 비채식인은 심장질환이 29%, 암은 2.2배에서 1.4배, 그리고 당뇨는 90%가 증가한다. 이렇듯 다양한 관점에서의 채식에 대한 불교적 해석이 있어 왔으나 아직껏 인체 영양과 생리적, 심리학적 측면에서 채식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는 드물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며, 깨달음의 과정에서 건강한 육체와 정신의 유지는 중요하다 할 것이다. 실제로 불교는 오랜 전통 속에서 마음과 육체를 관찰해왔고 이를 통해 깨달음의 길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하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미 불교경전들에는 음식과 수행의 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먹는 음식은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호르몬의 분비량을 조절함으로써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마음의 다양한 상태에 영향을 주게 된다. 물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곧바로 깨달음의 길로 이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은 ‘분별의 집착’이기보다는 깨달음을 향한 ‘관찰의 지혜’ 쪽에 가까울 것이기에, 채식과 인체생리,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채식과 마음에 대한 관계를 알아보는 것은 불교의 수행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리학에서는 인체를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서, 전체적으로 조절하는 두 가지 기구로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든다. 이 두 시스템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현대에는 ‘신경내분비계’로 일컬어지며 이는 마음과 상호작용을 한다. 본 글에서, 필자는 다양한 호르몬들 중에서 코티솔(cortisol)과 테스토스테론의 심리적 영향을 채식과 관련하여 다루고, 이어서 대학 2학년 여학생의 채식 전후의 혈액 변화를 해설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음과 채식, 불교수행과 채식의 관계를 살펴본 후에 바른 채식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이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2. 호르몬은 어떻게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는가
작은 애벌레들이 모여서 기둥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서로 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애쓰고 있을 때, 날개가 달린 나비가 공기 중에서 날아와 속삭인다. 하늘로 올라가는 방법은 그게 아니라고 말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동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보기에도 징그럽고 보잘것없던 애벌레들이 작은 고치의 어둠 속에서 일정 기간을 지내고 나면 나비가 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변태호르몬이다. 또 다른 예로 물속에서 아가미 호흡을 하던 올챙이가 뭍에서 뛰어다니는 개구리가 될 수 있는 것은 갑상선호르몬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호르몬은 생물체의 생리와 구조에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호르몬이 다양한 세포들에 이동하여 유전자들에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자극에 의해 잠자고 있던 어떤 유전자는 깨어나 활발한 활동을 하기 시작하고, 왕성하게 작동하던 다른 유전자는 정지된다. 이렇게 인체 내에서 하나의 호르몬에 의해 켜지고 꺼지는 유전자의 스위치의 종류는 수백 개가 될 수도 있다. 인체에는 다양한 종류의 호르몬이 있는데 이들 중 본 글에서 주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것은 마음과 관련되어 많이 연구되어 온 두 가지 호르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과 공격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다.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가 증가되는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신체에 세균이 침입하여 발생한 염증에 의해서도 증가하게 된다. 만일 혈액 중에 코티솔의 농도가 상승하게 되면 코티솔은 여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등 다양한 호르몬과 면역세포를 억제한다. 그리고 코티솔의 농도가 오랜 시간 높아져 있으면 인체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에도 약하게 되어 면역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의 장기간 처방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주로 이 때문이다. 만성적으로 증가되어 있는 코티솔은 인체 내의 대사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코티솔은 간세포를 자극하여 포도당을 혈액 내로 방출하게 함으로써 체내의 혈당이 증가하게 한다. 그리고 만성화된 혈당상승은 당뇨 상태로 이어진다. 코티솔은 복부의 비만세포도 자극하여 지방산의 흡수를 촉진시킴으로써 복부비만의 상태로 만들게 된다. 호르몬계의 교란은 마음의 상태에도 영향을 준다. 우울증과 자살, 불안, 외로움 등의 심리상태는 코티솔의 증가와 함께 나타나곤 한다. 비정상적인 우울증, 불안, 외로움의 상태에 있는 환자들의 대부분에서는 코티솔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 약물, 흡연 중독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코티솔 수치를 보인다. 1995년 영국에서 진행되었던 정신병 이환율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1만 18명의 응답자 중에서 알코올 중독자, 니코틴 중독자, 마약중독자는 정상인에 비해서 우울증, 공포증, 공황장애, 불안 등이 작게는 50%에서 많게는 다섯 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다음 페이지의 [그림1]에 잘 나와 있다. 즉, 걱정과 우울증, HPA축(코티솔) 그리고 음주행위의 3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1960년의 캘리포니아의 재림교인 사망률 연구와 1974년 영국의 건강조사, 197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연구 등 채식인과 비채식인을 비교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채식인은 고기를 먹는 비채식인에 비해 흡연, 음주가 절반에서 30%밖에 되지 않았다. 이 두가지 보고를 연결해보면 채식인은 비채식인에 비해 정신병 발생 비율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코티솔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이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재료는 콜레스테롤이다. 채식식이를 하게 되면 음식으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이 없다. 따라서 채식식이는 인체의 코티솔 수치를 낮춤으로써 인체의 호르몬계와 이와 연결된 대사와 마음 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림 1] 음주, HPA축, 걱정/우울증의 삼각축 3. 채식을 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가 레머(Remer) 등은 24~25세의 여성 3명과 31~49세의 남성 3명을 대상으로 채식을 각각 일주일 동안 보통식이(단백질 90g, 과일과 채소 700g) → 고단백식이(단백질 120g, 과일과 채소 230g) → 유란채식(단백질 49g, 채소 1610g) → 보통식이의 순서로 시행하고 그 전후로 혈액의 코티솔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측정하였다.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이들은 식이를 바꿀 때마다 식이제한을 하지 않고 중간에 9일간 간격을 두었다. 실험결과 이들의 소변으로 배출되는 코티솔의 양은 보통식이에서 하루 평균 218nmol에서 채식을 할 때 159nmol로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이는 기준에서 무려 27%가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감소되는 코티솔은 단순히 고기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킴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식물성 식품에 풍부한, 특히 콩류와 두류, 들깨 등에 풍부한 식물성 여성호르몬은 인체의 유전자를 조절함으로써 과잉의 혈중 코티솔 상태를 억제한다고 보고되었다. 덩컨(Duncan) 등은 평균연령 56.9세의 18명의 폐경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대표적인 여성호르몬 중 하나인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게 하였다. 실험결과, 다음의 [표 1]에서 보듯이 섭취한 이소플라본의 양이 많을수록 이들의 혈액 내의 코티솔 수치는 낮았다. 이소플라본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여성의 코티솔 평균은 495nmol/L였으나 체중 1Kg당 1g의 이 [표 1] 섭취한 이소플라본의 양과 혈액 내의 코티솔의 양 섭취한 이소플라본의 양 기준(0g) 1g/kg체중 2g/kg체중 코티솔(nmol/L) 495.0 446.5 410.4 소플라본을 섭취한 경우 446.5nmol/L로 감소하였고 체중 1Kg당 2g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면 더욱 낮아져서 410.4nmol/L으로 기준에서17%가 감소하였다. 즉, 식물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은 코티솔의 분비를 정상범위 내에서 억제시킴으로써 인체의 안정화를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4. 부드러운 말 한마디 그 미묘한 향이로다 대부분의 사회행동들과 마찬가지로 공격성(aggression)은 다양한 사회적인, 생물학적인 인자들에 의해 조절된다. 축적되는 행동내분비학의 연구결과들은 어떤 특정 호르몬이 공격성에 중요한 조절자라고 알린다. 다양한 척추동물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바에 의하면, 자연적으로나 실험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수치를 증가시켰을 때에 공격적인 행위가 쉽게 발생하였다. 설치류를 대상으로 조사된 바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높아질 시기인 사춘기 시기에 수컷들 간에 경쟁적인 공격성이 증가하며, 인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설치류에 투여하였을 때에도 공격성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연관성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96명의 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이렌 등의 조사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와 공격성, 그리고 비행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3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알루자(Aluja) 등의 연구에 의하면 병적인 자극 찾기(Sensation Seeking)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그리고 언어적인 폭력성의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동시에 높은 수치의 총 테스토스테론을 보이고 있었다.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콜레스테롤로부터 합성된다. 따라서 코티솔과 마찬가지로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다양한 식물성 호르몬이 포함된 채식식이를 통해 감소할 수 있지 않을까? 피터(Peter)와 어니스트(Ernist)는 몇몇 호르몬에서 높은 수치의 농도와 높은 암 발생 빈도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채식식이의 예방, 치료적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11명의 남성을 2주간 채식식이를 실시하게 한 후,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혈액을 채취하고 테스토스테론을 측정하였을 때 그 농도는 비채식인의 553±57ng/100ml에 비해 채식인은 373±33ng/100ml로 낮았으며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림 3] 참조). 채식식이에 따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카스(Kaaks) 등의 연구에 의해서도 재확인되었다. 이들은 채식식이가 가진 항암성 영양성분에 주목하였는데, 특히 총 지방섭취의 감소, 풍부[그림 3] 채식그룹과 비채식그룹의 테스토스테론의 농도 비교 한 섬유소와 오메가3, 오메가6 지방산 그리고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섭취 증가를 꼽았다. 연구자들은 총 99명의 폐경기 여성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은 채식식이를 다른 한 그룹은 보통의 고기가 포함된 식이를 공급하였다. 이 결과 [표 5]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비채식그룹에 비해 채식그룹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이 모두 낮은 수치를 보였고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성호르몬 결합 글로블린(SHBG)은 비채식그룹이 3.6%가 증가한 데 비해 채식인은 25.2%나 증가하여 SHBG와 결합하지 않은 유리(free)호르몬에 의한 인체교란의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있었다. [표 2] 채식과 비채식의 성호르몬결합글로블린과 테스토스테론의 차이 검사항목 채식여부 1월 6월 변화량 p-value 성호르몬결합글로블린 (SHBG) 채식 (50명) 36.03 45.10 25.2%증가 0.0001 비채식 (49명) 36.32 37.61 3.6%증가 테스토스테론 (ng/ml) 채식 (50명) 0.41 0.33 18.3%감소 0.004 비채식 (49명) 0.42 0.39 6.4%감소 유리 테스토스테론 (pg/ml) 채식 (50명) 6 5 28.6%감소 0.0001 비채식 (49명) 10 10 8.2%감소 유리 에스트라디올 (pg/ml) 채식 (50명) 0.23 0.17 23.4%감소 0.05 비채식 (49명) 0.22 0.22 6.8%감소 * p-value가 0.05 이하이면 통계적으로 두 그룹 간의 차이가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라디올 등은 지용성이기에 수용성 상태인 혈액 속에 녹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호르몬은 물에 잘 녹는 SHBG와 같은 단백질과 결합한 후에 혈액 속을 다니다가 특정 세포에 도착, 전달된다. 즉, SHBG는 성호르몬을 혈액 속에서 운반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어느 세포에 필요한가를 확인도 해 준다. 따라서 SHBG와 결합하지 않은 유리된(free) 상태의 성호르몬은 아무 세포에나 가서 작용하여 인체의 정상적인 조절을 교란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성호르몬은 이렇게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에서 다니게 되지만 1% 남짓의 호르몬은 결합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채식을 하게 되면 SHBG의 생성량이 증가하여 결합되지 않은 유리 상태의 성호르몬은 감소하고, 육식은 그 양을 증가시킨다.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유리(free) 테스토스테론과 유리 에스트라디올은 채식을 하지 않은 그룹이 8.2%, 6.8% 가 각각 감소된 데 비해서 채식그룹은 무려 28.6%, 23.4%가 감소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식이와 호르몬들의 연구들은 육류를 많이 섭취한다는 서구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동양인인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흥미롭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 연구사례가 있었다. 5. 채식 식이요법 단일사례 연구 작년 2010년 겨울,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한 재학생은 사회복지현장실습과목의 일환으로 대학교 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채식식이의 효과를 확인해 보았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는 비만의 경계에 근접하여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참가자의 어머니의 권유에 의해 채식식이를 일주일간 시도해 본 것이다. 참가자는 일주일간 채식을 하였고, 그 전후로 혈액이 채취되어 몇 가지 생화학적 성분들이 측정되었다. 그 수치결과에 대해 필자에게 분석의뢰가 왔고 필자는 채식을 한 후의 변화를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표 3]에서 보면 (1) 우선 코티솔의 수치가 채식 전의 9.3㎍/dL에서 채식 후에 8.5㎍/dL로 감소하였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나치게 높을 때에는 면역기능이 억제되면서 면역력이 약 [표 3] 채식을 일주일 동안 실시한 전후의 혈액 내 생화학적지표의 변화 (만 21세 여학생) 시기 산성도 (pH) 총단백질 (g/dL) 중성지질 (mg/dL) 혈당 (mg/dL) ACTH (pg/mL) 채식 전 5.0 7.6 98 76 22.8 채식 후 5.5 7.6 44 78 15.1 변화량 0.5 증가 동일 55% 감소 2% 증가 34% 감소 시기 코티솔 (㎍/dL) 성장호르몬 (ng/mL) 여성호르몬 (pg/mL) DHEA-S (㎍/dL) 테스토스테론 (ng/mL) 채식 전 9.3 0.07 115.7 326 0.58 채식 후 8.5 3.15 107.2 219 0.31 변화량 9% 감소 44배 증가 7% 감소 33% 감소 47% 감소 시기 총콜레스테롤 (mg/dL) HDL 콜레스테롤 (mg/dL) LDL 콜레스테롤 (mg/dL) 채식 전 145 52 85 채식 후 107 53 57 변화량 26% 감소 1% 증가 32% 감소 해진다. 또한 코티솔은 다른 호르몬들의 정상적인 분비를 억제하기에 현재와 같은 감소 경향은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코티솔의 분비를 자극하는 ACTH도 역시 감소하여 코티솔 수치의 감소와 일치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2) 총 콜레스테롤양은 145mg/dL에서 107mg/dL로 26%가 감소하였다. LDL-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 치매, 당뇨, 담석 등을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 이 콜레스테롤은 85mg/dL에서 57mg/dL로 감소한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HDL-콜레스테롤은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중성지질도 98mg/dL에서 44mg/dL로 55% 이상 감소하였다. 이는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지질이 매우 감소하여 인체건강에 좋은 상태로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콜레스테롤은 DHEAS의 전구체(원료)로 사용되며, DHEAS는 성호르몬의 전구체(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로 이용되는데 326㎍/dL에서 219㎍/dL로 감소하였다. 이는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의 감소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DHEAS는 연령증가와 함께 감소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코티솔/DHEAS 비율의 감소가 중요하다. 즉 이 비율이 감소하면 면역계 활성 증가, 대사증후군 방지, 우울증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익하다. (4)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의 수치를 보면 115.7pg/mL에서 107.2pg/mL로 감소하였고 폐경기 전의 높은 에스트라디올은 유방암과 같은 여러 가지 암을 촉진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감소 경향은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5) 성장호르몬은 0.07ng/mL에서 3.15ng/mL로 증가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성장호르몬결핍증세는 대사증후군증세와 매우 유사하기에 성장호르몬의 증가는 대사증후군의 가능성의 감소로 여겨질 수도 있다. (6) 혈액의 pH는 5.0에서 5.5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체내의 알칼리화를 의미한다. 이번 실험에서 조사되진 않았지만 체내 칼슘함량도 증가하였을 것이다. 즉, 골다공증의 예방 차원에서도 이러한 정상범위 내에서 혈액의 알칼리화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혈액이 산성화될수록 골다공증은 심해지기 때문이다. (7) 혈당은 76mg/dL에서 78mg/dL로 채식전과 후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으며 정상범위에서 작용하고 있다. (8) 총 단백질의 함량은 7.6g/dL로 채식전후로 전혀 변화가 없어서 채식을 한 이후에도 체내 단백질에 대한 감소는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채식으로 인한 단백질 결핍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9)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0.58ng/mL에서 0.31ng/mL로 무려 47%가 감소하였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우울증, 그리고 과잉은 이상성욕의 증가, 공격성 증가, 대머리, 다모증 등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정상 범위 내에서 감소는 인체건강에 유익하다고 보인다. 참가자는 채식을 일주일간 한 후에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체중이 감소하고 특히 체지방량이 감소하여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던 비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생활 면에서도 자신감과 가족에 대한 사랑도 커진 듯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심리변화는 채식한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게 되면서부터 얼굴색이 밝아지고, 마음이 평화로와 졌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아마도 채식을 통한 코티솔 감소와 연결된 우울증, 불안, 외로움이 감소하고, 테스토스테론 농도의 감소와 관련되어 공격성이 감소한 때문이 아닐까? 채식을 하게 되면서 이전과 다르게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친환경적으로 살아가고픈 마음이 생겼다는 분도 종종 만나곤 하는데 이 연구는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먹는 것과 마음은 깊은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여정에서 먹는 것은 대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6. 채식 안에 내 마음자리-유식학을 통한 이해
《유식삼십론송》에 의하면 우주는 오직 순수한 진리인 ‘식(識)’만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 식이 능변함에 의해서 자아와 법의 갖가지 만물이 생겨났다. 이 능변에 의해 생겨나는 세 가지 식은 첫 번째는 아뢰야식, 두 번째는 말나식, 세 번째는 6식, 즉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이다. “자아와 법을 가설함으로 인하여 갖가지 모습들이 생겨난다. 그것은 식이 전변된 것에 의지하는도다.” 순수한 ‘식’의 초능변식은 아뢰야식인데 이는 일체종자식으로 집수(執受: 종자와 신체)와 처(處: 기세간, 중생들이 살고 있는 자연계)의 요별을 갖고 항상 촉(觸), 작의(作意), 수(受), 상(想), 사(思)의 심소와 상응한다. 이어서 두 번째 왜곡작용인 제 2능변식이 생겨나는데 이는 말나식으로 자아의식을 만든다. 말나식은 사량하는 마음을 갖고 ‘나’라는 것에 집착함으로써 아치, 아견, 아만, 아애를 갖게 되며 촉(觸)과 함께 한다. 세 번째 능변식은 전6식으로 안이비설신의를 말하는데 대상을 요별함을 자성과 행상으로 삼고 변행(遍行), 별경(別境), 선(善), 번뇌(煩惱), 수번뇌(隨煩惱), 부정(不定)의 심소를 갖는다. 아뢰야식은 중생세계와 종자 그리고 신체지각기관의 3종을 소연의 경계로 한다(소연삼경). 그리고 논리적으로는 육체와 마음의 건강은 곧 아뢰야식의 염오의 정도와 연결된다. 요약하자면 진여(공)인 순수한 ‘식(識)’이 어떤 염오의 요소들을 만나면서 아뢰야식, 말나식, 전 6식으로 왜곡되며, 역으로 그 염오의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게 되면 아뢰야식은 곧 진여(공)의 상태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식학적으로 해석하자면 깨달음이나 열반은 곧 순수한 ‘식’의 상태로 되는 것이며 수행이란 염오의 요소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성유식론》 제4권에는 모든 유정은 단식, 촉식, 의사식, 식식의 네 가지 음식작용물에 의지해서 머문다고 하였다. 이 중 단식(段食)은 중생의 육체를 구성하는 재료로서 4대(지, 수, 화, 풍의 물질적 요소)를 말하며 욕계에서만 작용한다. 그리고 《성유식론》 제1권에는 아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모든 아집에 대략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아집이고 다른 하나는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아집이다.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아집은 아득한 옛적부터 허망하게 훈습한 내부원인(종자)의 세력이기 때문에 항상 신체와 함께한다. 삿된 가르침과 삿된 분별을 기다리지 않고, 자연히 일어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 이름한다.” 즉, 선천적 아집은 신체와 함께하고, 먹는 음식은 신체에 영향을 주므로, 논리를 연결하면 음식은 곧 아집의 증장 또는 감소에, 더 나아가 수행의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신의 연구 결과들은 음식이 선천적 아집에 영향을 주는 것 이상의 강력한 동력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오레스티스(Orestis) 등은 그리스의 형무소에 성범죄로 수감 중인 61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혈액을 분석하였는데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았다. 이러한 경향성은 재범자일수록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불교의 인과론에 의하면 악행은 악업을 낳고 선행은 선업을 낳으며, 이러한 업의 작용으로 인하여 육도를 윤회하게 된다. 따라서 고기와 같은 동물의 몸, 즉 탁한 음식을 먹고 과잉으로 분비된 호르몬에 의해 마음은 강렬한 충동을 받고 육도윤회를 하는 악업을 쌓게 될 수도 있다. 반면 맑고 깨끗한 음식을 통해 본능적인 충동은 이성으로 쉽게 제어되고 악업의 가능성을 방지, 차단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7. 천태소지관으로 풀어본 채식의 중도관 불교의 수행법을 다룬 대표적인 필독서 중 하나는 《수습지관좌선법요》이다. 흔히 《천태소지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라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소》에도 인용될 정도로 참선하는 수행자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모두 10장으로 되어 있는데 채식과 관련된 내용을 보자면, 계를 지켜라, 냄새와 맛의 탐욕을 가책하라, 진에(화)의 덮개를 버려라, 지나치게 포식하지 말고 적게 먹지도 말며 다음으로 더럽고 탁한 것을 먹지 말라, 인연관 속에서 중생에 대한 자비심의 선근을 일으켜라, 병환을 고쳐서 몸과 마음과 호흡을 훌륭히 조절하라, 그리고 중도관으로 깨달음을 성취하라고 하였다. 마음을 닦는 불자들 중에는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면서 고기를 먹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가(假)로부터 공(空)에 들어간 관, 종가입공관(從假入空觀)이며 《천태소지관》에는 이 관에 머무른다면 바로 성문(聲聞)이나 벽지불(辟支佛)의 땅에 떨어진다고 하였다. 천태지의는 이어서 진정한 깨달음을 위해 현상계 속에서 마주치는 연을 피하지 말고 확실히 관하여 법을 설하며 육도중생이 이롭게 하라고 하였다 “이런 때에는 반드시 공(空)으로부터 가(假)로 나오는 관, 종공입가관(從空入假觀)을 시행하여야 한다. 즉 반드시 마음의 자성(自性)은 공하다고 하더라도 연(緣)과 마주쳤을 때, 역시 모든 제법(諸法)을 능히 출생하여, 또한 허깨비와 같아서 결정적인 실(實)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나 여기서 부정의 과정이 한 번 더 필요하다. 즉, 가관(假觀) 속에 머무르면 지혜의 힘만이 많게 되어 불성을 본다고 하더라도 분명하지가 않게 되므로, 따라서 천태지의는 궁극적인 깨달음의 길로 ‘공’과 ‘가’의 두 관을 결합한 중도관(中道觀)을 제시한다. “앞선 두 관을 방편의 길이라 하고 이 두 공관(空觀)에 의하여 가장 훌륭한 관인 중도관(中道觀)에 들어갈 수 있고 두 진실을 함께 비추어 마음을 고요하게 멸하여 살바냐(薩婆若)의 바다에 자연히 흘러들어 간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고, 만물이 공이라고 하면서 고기를 먹는 것을 합리화 하는 것은 중도관에 의한다면 공에 집착하는 종가입공관(從假入空觀)이라 하겠다. 사실 물질로 구성된 현상계는 일시적으로 인연이 화합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고기니, 고통이니 자비니 하는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허망한 허깨비 놀음일 뿐이다. 그러나 현상계의 고통과 자비는 깨달음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의 세계는 현상계를 전제로 하며 이 둘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수행자의 채식에 대한 이해는 아마도 중도관과 같지 않을까 한다. 모든 음식이라는 것, 그리고 내 몸이란 것이 임시로 인연에 따라 화합하여 존재하는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관하면서도, 지혜롭게 내 몸과 마음의 수행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깨끗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8. 건강한 채식을 하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나
채식이 좋다고 하지만 대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다.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불경에 나와 있다. 《대승입능가경》에서 석가모니께서는 다음과 같은 음식들을 권하고 계신다. “대혜여, 깨끗하고 좋은 음식이란 마땅히 알라. 이것은 멥쌀, 좁쌀, 보리, 밀, 콩, 들기름, 꿀 등이니 이것은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으로, 내가 드러내어 말한 것은 나의 종족 중에 모든 선남자, 선여인이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품고 오래 선근을 심었으며, 몸과 목숨과 재산을 탐하여 집착하지 않고, 일체를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기를 마치 자기 몸같이 여기는 사람이 마땅히 먹는 것이지만, 모든 악한 습기로 호랑이와 이리 같은 성품을 지닌 이는 마음으로 사랑하여 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영양학적으로 골고루 먹으라는 것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비타민, 무기질을 필요한 만큼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학문적으로 이들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영양소를 계산해야 하지만 일상에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가 않고 현실적으로도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이들 영양소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요령이 있으니 그것은 한 번의 식단에서 다음의 세 가지 식품군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삼신일체(三神一體) 채식법’이라 하겠다. 즉, 첫 번째 그룹은 곡류이며, 두 번째는 콩류나 견과류 또는 종실류이고, 세 번째는 채소류나 해조류 또는 과일류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는 이유는 각 그룹마다 주요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곡류는 85~90% 이상이 탄수화물로 되어 있고 나머지 10% 정도가 단백질이며 2% 남짓이 지질이다. 반면 콩류나 견과류나 종실류는 단백질이 20~40% 그리고 지질류가 30%~60% 정도가 된다. 채소류, 해조류, 과일류 등은 수용성 비타민이나 무기질, 파이토케미칼 등의 공급원으로 여겨질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 해석한다면, 《대승입능가경》에서 부처님께서 권하신 식품 중 멥쌀, 좁쌀, 보리, 밀 등은 곡류이며, 콩은 콩류이며, 들기름은 종실류가 된다. 콩은 하늘이 내린 식품이라 하여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하며, 칼슘과 철분도 풍부한 식품이다. 그리고 들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의 함유량이 많아서 그 섭취는 뇌 발달을 포함한 인체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오메가6(리놀레산)와 오메가3(리놀렌산) 지방산은 동물이 합성을 할 수 없고 식물만 합성을 할 수 있기에 사람은 식품을 통해 공급을 받아야 한다.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 비율은 3:1 정도가 권장되는데 현대인은 식용유의 사용 등의 이유로 인하여 오메가6 지방산을 오메가3 지방산에 비해 15배 내지 20배까지 많이 섭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쉽게 염증이 생기고 우울증 등도 증가하게 되므로 의식적으로 오메가3 계열의 지방산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놀렌산(오메가3)은 들깨, 아마씨(flax seed), 호두, 카놀라유에 풍부하다. 리놀렌산은 간에서 대사되어 보다 긴 사슬의 에이코사펜탄산(EPA)와 도코사헥사엔산(DHA)로 변화하며, 리놀렌산(오메가6)은 아라키돈산(AA)로 변환된다. 특히 산모의 산후 우울증은 오메가3 계열의 지방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2000년 중국의료진의 연구에 의하면 오메가3 지방산 계열인 EPA 섭취가 적은 하위 25%그룹은 섭취가 많은 상위 25%그룹에 비해 자살경향성이 8배가 증가한다. 따라서 채소류나 과일류를 보완한다면 불교의 경전에서는 건강한 채식에 대한 영양적인 정보를 이미 훌륭히 제공하고 있다고 보인다. 참고로 일반 가정에서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3대 영양소를 비롯한 각종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현미콩밥이다. 9. 결론 불교의 계율, 역사, 교리, 방편 그리고 수행적 측면에서 채식은 권장되어 왔다. 법왕과 법흥왕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 속에서 불교철학을 근간으로 하여 채식을 실천해왔다. 그리고 사찰음식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채식식품과 요리를 개발해 왔다. 그러함에도 아직껏 채식이 몸과 마음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과학에 근거한 불교적 관점의 이해는 드물었다. 다행히 축적되고 있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은 물질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상태에까지 음식의 영양소가 영향을 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바른 먹을거리는 우울증, 불안, 외로움을 완화 또는 치유시키고, 더 나아가 공격심도 바른 먹을거리로 인하여 정상 상태로 조절될 수 있다. 이는 채식식품 속에 포함된 식물성 호르몬들의 효과 때문으로 여겨진다. 호르몬의 작용은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할 때 발생하는데, 식물성 호르몬은 인체의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그 작용력이 약해서, 인체의 호르몬이 과잉상태일 때에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약하게 작용함으로써 인체 호르몬의 과잉작용을 억제시키고, 만약 부족한 상태일 때에는 대신 작용함으로써 그 부족함을 메워 준다. 즉, 식물성 호르몬은 일종의 스폰지 또는 완충제 역할을 함으로써 일정한 안정 범위에서 호르몬이 작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여성호르몬으로 폐경기 전에는 과잉상태여서 유방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되지만 폐경기에는 급격히 감소하여 골다공증과 갱년기 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이소플라본과 같은 식물성 호르몬은 폐경 전에는 유방암의 진행을 방지하고, 폐경기에는 여성호르몬 대신 작용함으로써 골다공증 등을 예방해준다. 호르몬은 신경계와도 연결되고 이는 인간의 다양한 정서와 감정, 마음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마음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하고 조절해야 하는 수행자적 입장에서 정상적인 범위로 작용하도록 하는 식물성 호르몬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본 글에서는 채식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감소하고, 공격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이의 중요성을 확인해 보았다. 불교적 입장에서 채식은 사찰음식이라 할 수 있는데 이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일반인들에게 권장되기 위해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 효능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하겠다. 사찰음식의 영양성분 분석과 약리적인 효과, 그리고 앞서 논의한 것과 같은 인체의 호르몬들의 분석들이 포함되어야 하며, 사찰음식의 섭취와 함께 변화하는 표준화된 심리테스트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을 위한 사찰음식의 표준식단과 영양분석표의 제공 등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불교는 몸과 마음의 과학을 연구해왔다. 이제 채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연구, 특히 영양적, 생리적, 심리적 효능을 통해 채식의 의미를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 이광조 /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사. 현재 “핵수용체(Nuclear Recep-tors)와 신경내분비계(Neuroendocrinology)를 통한 홍삼의 면역, 대사증후군 그리고 심리에 대한 영향”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채식이야기》(2003)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2006) 《역사 속의 채식인》(2008)이 있다. |